--- 믿음의 글

행복편지 - 부활의 아침에

포항맨 2007. 4. 9. 13:06

부활의 아침에

제가 대학에 입학해서 가입한 써클이 '목견(牧犬)들'이었습니다. 유의신 선생님(목사님이시지만 나에게 첫 선생님이셨기 때문에 지금도 그렇게 부른다. 아직도 개버릇(?) 남 주지 못하는 꼴이다)이 모임을 이끄셨는데 모임 때마다 좋은 글로 시로 제 마음을 사로잡으셨습니다. 통찰이 깊고 생각이 발랄하셨던 유의신 행님(나중에는 조폭 수준의 헌신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부르진 못했지만...) 덕분에 나와바리(생각의 스펙트럼)를 한껏 넓힐 수 있었습니다. 저의 많은 자료와 저서들은 그 때 받았던 통찰이 습관으로 바뀌면서 얻어진 열매인 셈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은사님(이젠 경외심에서 마음으로 그렇게 외친다)을 못따라 가는 것은 매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말씀을 보내주시는 일입니다. 문자를 받을 때마다 은사님이 곁에 계신듯 늘 힘을 얻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부활의 시를 보내주셨습니다. 받아든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려 하해(河海)같은 선생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부활의 아침, 송길원의 요즘생각 광팬들에게 제 선생님이 보내주신 시로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우중충한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지저분한 굼벵이가 매미가 되듯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말랐던 뿌리에서 백합의 미소가 피듯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어두운 모태에서 생명의 울음이 터지듯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사나운 소리가 들려도 너무 겁내지 말게 하시며
꾸지람을 들어도 너무 낙심하지 말게 하시고
바람이 분다고 아무데로나 끌려가지 않게 하시며
햇볕이 뜨겁다고 그늘만 찾지 말게 하소서
기왕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지 말게 하시고
어둠이 덮여 와도 외로워하지 않게 하소서
몽치가 다가올 때도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던 주님
제자의 배반에도 위로의 시선을 던지시던 주님
침 뱉는 자들도 용서하시던 주님
십자가 위에서도 어머니를 생각하시던 주님

오 주님 나도 부활하게 하소서
내 가슴이 푸른 하늘이 되게 하시고
내 생각이 넓은 바다가 되게 하시며
내 영혼을 봄 동산으로 만들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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