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글

Hifamily - 꼴찌에게 박수를...

포항맨 2007. 10. 13. 20:17

 


10월 3일, 국제평화마라톤에 출전했습니다. 그간 30Km도 뛰었고 하프코스에도 참가했지만 풀코스는 2년만의 도전이었습니다. 남들은 ‘서브 쓰리’(sub three)가 목표라지만 저는 ‘온 쓰리’(on three)가 꿈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이었을 뿐 전혀 준비가 없었던 터라 과연 뛸 수 있을까 부터 걱정해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프코스를 넘어서면서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30Km지점에서는 이내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면서 끝내 쥐가 내렸습니다. “아니 마라톤을 하면서 ‘쥐 잡기’를 해야 하다니…….”하고 내 자신을 웃겨보고 스트레칭을 해 보지만 쥐는 끝내 잡히지를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다리를 질질 끌면서 걷다 뛰다 걷다 뛰기를 반복했습니다. 3시간 30분대의 페이스메이커를 따르는 무리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이어 3시간 45분, 4시간…….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마지막 꼬리 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앰뷸런스가 뒤쳐진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이미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마저 걷히고 음료제공대도 치워지고 없었습니다. 목이 탔습니다. 앰뷸런스가 제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폐회식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운동장이라 할지라도 내 발로 들어서고 싶었습니다.
이미 내 다리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발을 떼도 땅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다리, 손은 허공을 휘휘 젓고 있었습니다. 웃겼습니다. 홀로 양재 천을 허우적거렸습니다. 눈앞의 희뿌연 안개와 가랑비가 눈물처럼 흘러 내렸습니다.
“프로란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때에 하는 것”이란 말을 떠올리며 혼자 춤췄습니다. 골인 지점인 운동장이 까마득해 보였습니다. 이를 악물고 뛰다 또 다시 걷고……. 그리고 골인지점에를 들어섰을 때는 모두들 떠나가고 없었습니다. 폐회식의 마지막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전광판의 사인보드마저 깜박이는 순간 골인 점을 밟았습니다. 이내 다리는 휘청거리고…….
마지막 까지 남아 있던 몇 사람이 그런 저를 안쓰럽게 여기며 박수쳐 주었습니다. 1등에게 치는 박수나 꼴찌에게 치는 박수나 박수는 매 한가지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제게 박수쳐 주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그렇게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