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amily - 나의 아버지
오늘부터 제1회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가 정동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립니다. 23일까지 열릴 축제에는 최근 1-2년사이에 다양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가족을 주제로 한 신작영화들이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가족의 오늘의 모습을 만나고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해 보기를 원하는 축제에는 부성애가 특집('아버지의 이름으로')으로 다루어지기도 합니다.
특집 가운데 가장 주목 되는 영화중의 하나가 알렉산드로 안젤리니 작품 <나의 아버지>입니다.
아들(Rick Hoyt)이 말한다.
“아버지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Dick Hoyt가 대꾸한다.
“네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을 눈물바다로 만든 부정(父情)’이라는 제목이 달린 동영상(www. mncast. com)의 한 토막이다. 뇌성마비와 경련성 전신마비라는 장애에 식물인간이 되고야 말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에도 아들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 끝내 아들의 소원대로 42.195km를 완주하고 마라톤을 시작한 지 4년 뒤 아들의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아버지는 또 다른 모험을 감행한다. 허리에 아들이 탄 고무배를 묶고 3.9km 거리의 바다를 헤엄친다. 아들을 태운 채 자전거로 180.2km의 용암지대를 넘는다. 마침내 아들이 탄 휠체어를 밀고 42.195km의 마라톤을 완주하는 아버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
이런 아버지와 달리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야 했던 파비오(Fabio). 파비오는 수감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돕는 열정적이고 의욕에 넘치는 소셜워커이다. 어느 날 자신에게 맡겨진 수감자 중 한 사람(Sparti)에게 그의 시선이 꽂힌다. 외면할 수 없다. 지워낼 수도 없다. 이내 잃어버렸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파비오는 그의 아버지가 유죄 판결을 받아 장기형으로 수감되었을 때 아버지로부터 버려졌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덧입혀지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지워낼 수 없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의 만남. 그리움과 증오, 화해와 원망의 감정이 교차한다. 자신의 아들도 몰라본 채 악의적 질문과 심리적 학대로 아들을 괴롭히는 아버지. ‘부정’(否定)과 ‘부정’(父情)사이에서의 고뇌. 아버지를 데리고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서스펜스는 최고조에 달한다.
무릇 영화는 "볼 땐 '짱', 끝날 땐 '찡'"할 수 있어야 한다. '짱'은 재미를, '찡'은 의미를 뜻한다. 의미가 가치라면 재미는 창조다. 의미와 재미는 항상 함께 하지는 않는다. 주로 의미가 있으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있으면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의미 때문에 자칫 재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영화가 Salty Air이다. 하지만 겉으로 흘리는 눈물과 달리 속울음이 있듯 겉 재미가 아닌 속재미가 있다. 관람자들이 앞의 동영상을 보면서 ‘흘리게’ 되는 눈물과 <나의 아버지> 사이에서 ‘흘려야’ 하는 눈물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가 못내 궁금하다.
파비오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는 나의 <나의 아버지>를 보면서 내내 Family란 단어를 떠올렸다.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로 구성되어 있다는 ‘Family’. 과연 몇 사람이 부끄럼 없이 ‘Family’ 란 말을 입에 담아낼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가장 크게 조롱받은 말이 있다면 ‘Family’란 말일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모골이 송연해진다.
아버지가 그립다. 그리고 조용히 고백해 본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이 영화가 새삼 주목받는 것은 송길원이 가정사역자의 시각에서 그 영화평을 썼기 때문입니다. 꼭 한 번 관람해 보십시오. 변신에 성공한 영화평론가(?) 송길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