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글

Hifamily - 신발

포항맨 2008. 9. 8. 18:04

신발

 아이들이 떠난 지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현관에는 벗어놓은 신발이 그대로 놓여있습니다. 신발을 볼 때마다 아이들 얼굴을 떠올립니다. 현관문을 나서면서도 녀석들이 방안에 잠들어 있는 줄 착각을 하고 나도 모르게 ‘아빠, 다녀올게.’라고 소리칩니다. 집에를 들어서면서도 ‘아빠, 다녀왔다.’ 그러다가 문득 ‘아 참, 녀석이 늦게 들어온다고 했던가?’ 아니지. 녀석들은 떠났지 그러면서 머리를 흔듭니다.

녀석을 공항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다가 어머니하고 전화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얘들은 잘 떠났냐?
“예. 방금 버스 탔습니다.”
“녀석들이 가고나니 많이 서운하겠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불쑥 대답을 하고나서 아차 하는 마음에...)
“걱정 마세요. 어머니. 저는 두 녀석이지만 그 때 어머니는 여섯 아이들과 헤어졌으니 그 마음에 멍이 얼마나 들었겠어요. 어머니가 힘들어했던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네요.”
(그 말을 꺼내놓고 나도 모르게 울컥해져... 말을 둘러댔지요.)
“식사는 하셨어요?”
“..........”
한참 동안 말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신발을 쳐다볼 때마다 이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어머니, 그 때 어머니도 제가 벗어두고 간 옷가지들을 내내 벽걸이에 걸어두셨다지요?”
“응, 네가 보고 싶을 때면 옷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빨아 챙겨둔 옷을 꺼내 또 다시 빨며 ‘우리 아들 입던 옷인데…….’ 하며 혼자 중얼거렸지. 너희들이 다시 올 때까지 그러고 살았어.”
“어머니도 참, 어머니. 제 속옷 좀 빨아 줄래요?”
“네 각시가 있는데 내가 왜 빠냐?”
“에미는 속옷을 삼지를 않아요.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리지.”
“그 때야 세탁기가 없으니까 그랬지.”
“그래도 어머니가 빨아 준 옷은 늘 하얗고 늘 새 옷을 입는 것 같았잖아요.”
“그런 소리 에미 앞에서 하지 말어.”
“알았어요. 지금도 아버지 옷을 그렇게 빠세요.”
“요샌 힘이 없어 그렇게 못해.”
“그래도 내 옷은 그렇게 빨아 줄 거지요?”
“.......”

아무래도 아이들이 돌아올 겨울 방학까지 신발은 치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