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글

Hifamily - 팍스 오바마

포항맨 2008. 11. 14. 17:26

 가족까지 합쳐 10만여 명에 불과한 침입자 게르만족은 스무 배가 넘는 인구의 로마인과 사이좋게 공생했습니다.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의 작가)는 게르만족의 통치 내용이 좋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통치의 ‘프레젠테이션’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침입자들은 승자와 패자, 게르만족과 라틴족과의 관계가 아닌 주인과 손님 관계로 불렀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속삭이듯 국민에게 다가갔습니다. 지배자의 엄격하고 딱딱한 포고령은 신하인 카시오도루스의 손을 거치면 달콤한 연서로 바뀌어 자존심 강한 로마인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야만족 출신 지배자인 테오도리크가 죽었을 때는 로마인이 더 애석해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미국의 44대 대통령 당선자 오바마를 떠올리며 ‘꿈은 이루어진다.’는 감동의 휴먼 스토리보다 로마인의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의 미국도 아시아계의 미국도 없으며, 미국은 오직 미국일 뿐입니다.”
정치적으로 거의 무명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지난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연설의 한 대목입니다.
그의 수많은 레토릭(언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겠지요? 그의 레토릭에 열광하던 흑인들 뿐 아니라 더 많은 백인들과 전 세계인들이 그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는 날, 더 많은 눈물을 훔칠 수 있기를 기도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