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 경숙에게
아니, 언제 송목사의 아내가 향숙에서 경숙으로 바뀌었나 놀래시겠지요. 저의 편지가 아닙니다. 며칠 전 평택에서 30대를 위한 부부 워크숍에서 읽혀졌던 편지입니다. 많은 아내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던 편지라 소개해 봅니다.
참 오랜만에 불러보는 ‘경숙이’라는 당신 이름이군요.
오늘은 당신과 결혼하고 12번째 맞이하는 당신 생일날!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동그라며 반짝이는 두 눈이 얼마나 이쁘던지.
그런 아름다운 당신을 아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강요하며 살게 하였구려.
직장이 건설회사라 항상 떠돌아 다니는 나.
주말 부부인 나는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얼굴 보니 횟수로 따지면 항상 신혼부부야”라며 농담으로 대신 했어요.
98년 12월 기억이 나요?
남들은 IMF라 취직도 힘들고 직장을 다니고 싶어도 다닐 직장이 없던 때에
나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당신에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을 남기고
당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업을 시작하고 한달 남짓 지나 동업자와 헤어져 당신에게 커다란 마음에 짐을 지게 하였었지만 묵묵히 나를 바라보며 짜증한번 부리지 않고
“나는 당신을 믿어요”라는 말로 나를 위로 해주던 당신.
힘든 고비 때마다 나를 위로하며 안아준 당신은 진정한 나의 수호천사 였어요.
지난 7월 우리에게 축복의 씨앗인 ‘영은’이를 낳고 기뻐하던 당신 모습도 잠시,
3∼4년간 파킨슨씨병으로 투병하시며 고생하시던 장모님을 여의고
낳은 지 한 달 된 영은이를 품에 안고 장모님 장례를 치르느라 눈물 한 번 흘리지 못한 당신.
하늘도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장사 지내던 날 왜 그리도 천둥번개며 비바람도 심하던지
지금도 조용히 돌아누워 장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베갯잇을 적시는 당신의 눈물을
뭐라 위로하고 달래줄지 몰라서 애써 등 돌리고 있는 나는 나쁜 사람이지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신의 젊음도, 당신의 희망도 다 뺏어버린 듯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아침 밥상을 맞이하고
출근할 때 딸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퇴근시 웃으며 경쾌히 인사하는 귀여운 우리 공주님들이 있는 항상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이
내가 잘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밖에서 일하며 짜증난 일, 집안의 짜증난 일,
내가 슬기롭게 처리하여 평화로운 가정인지 알았는데...
이 속 좁은 남편을, 이 성질 나쁜 남편을
메마른 대지가 단비를 흡수하듯 당신은 묵묵히 받아 주었지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곤 했지요?
진정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단 말 못한 것은 아직도 당신 앞에서는 사춘기 소년이고 싶은가 봐요.
그러나 이젠 말할 수 있어요.
화려하고 화사한 신혼의 향기보다
묵향처럼, 국향처럼 가슴 속 까지 깊이 베어드는 지금의 당신 향기
나에게는 더 아름답고 더 그윽합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아름다움이어야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 희생과 양보만 강요한 이 못난 남편,
이 자리를 빌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뒤늦은 표현이지만
다시한번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특별한 오늘(11월3일)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남편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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