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의 글

송길원의 번지점프

포항맨 2007. 8. 20. 13:50

 ‘준이가 1번, 당신이 2번, 내가 3번.’
‘그런데 날씨가 왜 이렇게 좋으냐? 비라도 좀 뿌리지.’
‘가만 있어봐. 왜 저 녀석이 번지점프를 하자고 했지.’
‘8.15 기념. 대한독립 만세......’
만세 소리와 함께 ‘쿵’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내가 침대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말았습니다. (어제 번지점프를 하더니 자다가 또 한번 뛰어내린 것이었습니다.)
“당신 또 번지 점프했구나!!!”
침대로 비실비실 기어오르는 아내를 보고 웃다가 잠이 깨었습니다.

어제 분당의 율동공원에서 아들 녀석과 아내 그리고 저, 셋이 번지점프에 도전했습니다. 엘리베이터로 45m를 오르는 순간, 온통 머리는 하얗게 텅 비고, 어지럼증이 일면서 다리는 후들후들. 다시 내려가고 싶었습니다.(실패할 경우 한 달 이내에 다시 써먹을 수 있다고 했지....) 그러나 도리가 있어야지요? 아들 녀석이 있고 아내가 뻔히 쳐다보고 있는데..... 이런 것을 놓고 ‘50대 가장의 비애’(?)라 하는 거겠지요.
순번이 정해졌습니다. 김향숙 1번, 송길원 2번, 송예준 3번.(황금의 분할이란 말은 있어도 '황금의 샌드위치'는 없는데.....)

두려움도 없이 낙하지점을 향해 걷는 김향숙선수. 우리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더니 하나 둘, 셋(멈칫). 도우미의 어이없는 웃음. ‘아줌마. 자. 다시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여보, 하나 둘 셋 할 테니까 눈 딱 감고.’ ‘자 준아. 큰 소리로...하나 둘, 셋.’ 미끌. 출렁. 그리고는 '악' 소리가 율동공원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찾은 듯 두 팔을 벌리고 하늘에서 춤추는 김향숙. 춤사위가 나비처럼 가벼웠습니다.

그 다음은 송길원 차례.
“(에이씨), 김향숙도 했는데.... 야, 준이 네가 먼저 할래? 아니지. 내가.”(그런데 왜 나는 더 넓은 호수 쪽으로 줄을 세우지.....끝에 선 순간 십자가의 뾰쪽 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가로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 내리라 기록하였으되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시리니 저희가 손으로 너를 받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 하였느니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또 기록되었으되 주 너희 하나님을 시험치 말라 하셨느니라 하신대...”
(주여, 저도 주님처럼 마귀의 시험입니까?)
(묵상에 잠긴 나를  향해 일갈하는 도우미) “아저씨, 안 뛰어 내릴 겁니까?”
“어, 예, 예....” (쿵, 멈추는 심장소리. 그래, 로프가 나를 받들어 강에 빠지지 않게 하시리라)
점프. 푸르른 강, 하늘을 향한 비상. 먼저 도착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저 아래서 김향숙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송길원 파이팅’ ‘송 길 원’ '송 길 원' 하늘에선 아들 녀석이 손을 벌려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땅과 하늘 가득한 행복이 보였습니다.(먼저 출국한 찬이도 미국에서 고함지르고 있겠지요!!!!)
이번에는 아들 녀석 차례. 아내랑 저가 갤러리가 되어 아들녀석의 비상을 지켜 보았습니다. 녀석은 두려움도 없는지 사푼히 하늘로 날았습니다. ‘저 녀석 비행소년(?)이네.’ 카메라로 찰칵 찰칵. 아들의 모습을 담기에 바빴습니다.

셋이서 나란히 걸어 나오는 율동공원.
“아빠, 겨울방학 때 오면 또 해야겠어요. 재미있지요?”
(야, 임마 재미는 뭔 재미? 아빤 내년부터 나이제한에 걸려서 안 된다 그랬어. 니 엄마나 데리고 가라. 흐흐.)

김향숙, 송예준. 그대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지구촌 땅끝까지라도.

*.* 송길원의 철인3종 경기 도전은 스케줄이 없어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다음 번에는 철인 3종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