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홍릉갈비 바로 뒷집에서 자취하면서,
몇 년 동안 하루도 끊임없이 갈비 굽는 냄새만 맡으면서,
정작 갈비는 한조각도 맛보지 못하는 그런 기분 아세요?
일반미로 밥을 지으면 반찬 없어도 김치만으로 밥이 술술 넘어가는데,
쿵쿵거리는 냄새나는 정부미로 밥을 지어놓고
한술 뜰 때마다 구역질 캑캑대는 그런 기분 아세요?
바로 집 앞에 쌀집 놓아두고,
깔린 외상 때문에 골목골목을 돌아서 오갈 때의 그 기분,
행여나 눈에 띄면 어떡하나 가슴 졸이며 곁눈질 해가며 나다닐 때의 그 기분 아세요?
5월 어느 날, 봄비 줄줄 내리던 날.
콜록대는 가슴을 부여안고 남부 시립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오른쪽 폐 상단부에 구멍이 세 군데나 뻥뻥 뚫린 것을 알았을 때,
난생 처음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비 내리는 봄날에 우산도 없이 터벅터벅 멍하니 병원 문을 나서던 그 기분을 아세요?
폐결핵 진단을 받고 자취방에 돌아와,
기도 좀 하고파서 인근 교회를 찾았는데,
사찰로 보이는 험상궂게 생긴 집사님이,
그 누구냐고, 나가라고 호통을 칠 때
쫓겨나며 느꼈던 비애, 그 쓰라린 기분을 아세요?
한여름, 내리쬐는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선풍기 한대 없는 자취방에서
온몸에 팥죽 같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공부랍시고 밥상 펴놓고 앉아서 약용식물 외워댈 때의 그 기분 아세요?
졸업반 때, 하숙을 하던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온몸에 열이 나고 아파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제 옆방인 부엌에서 하숙집 아줌마가 딸기 쨈을 끓이고 있었답니다.
아마 내가 너무 아프니까 딸기 쨈을 끓여주려나 보다는 허황된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지요.
환상을 보았나 봅니다.
하지만 꿈도 야무졌다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내 방 문은 열리지도 않았고,
딸기 쨈을 다 끓인 아줌마는 부엌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릴 때의 그 기분 아세요?
자기 남편 줄 딸기 쨈이었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래서 다음날, 뒤도 안돌아보고 짐 싸서 부산으로 내려왔지요.
국가고시 수석을 하고,
학장님이 부르셔서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으로 줄 테니 교수로 남으라고 했을 때,
저는 빨리 나가 개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 한마디 남기고 문 닫고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을 아세요?
그때 내 눈에선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지만, 가슴은 피눈물이 쏟아졌답니다.
제 손 위 동서의 글입니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피를 쏟아낸듯한 글에 저도 울컥 하는 심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랬었구나.' '참 많이 힘들었구나.'
지금은 그 상처들이 훈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픈 과거가 있는 법. 좀 더 그런 아픔들을 헤아렸다면 더 많이 위로해 줄 수 있었을 것을 하고 아쉬워합니다.
글은 계속 됩니다.
지나간 이야기들입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제 가슴에 박은 못은 아직도 여전히 아프네요.
이거 얘기가 너무 청승맞아지네요.
그래서 그런지 졸업하자마자 서울을 쏜살처럼 빠져나왔지요.
이곳 부산에서, 가끔 서울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지나간 옛 그림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지금 서울엔 내 아들 둘이 있습니다.
그놈들은 그저 서울이 좋은가 봅니다.
여간해선 안내려오려 합니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들 녀석들도 나처럼 서울이 무섭고 싫다면 큰 일일 테니까요.
남자는 커면 서울로 보내야한다는데, 서울서 뿌리박아야 한다는데..
지금도 한 번씩 생각합니다.
그때 서울에 뿌리박았어야 되는 건데,
날 꿉꿉한 날 어디서 말뚝 하나 가져다가 서울 장안에 꾹꾹 박아 넣었어야 되는 건데,
가슴에 아픔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부리나케 도망질을 쳤었나 봅니다, 그려..
"형님, 부산이 얼매나 좋은데 그랍니까? 서울 사람들 억수로 부러워 합니데이. 서너걸음만 떼면 싱싱한 횟감에... 광안리 대교의 야경에다... 참말로 쥑이준다 아입니꺼. 서울 사람들 꼬빡 죽는기 다 이유가 있는기라예. 형님이 부산 떠나믄 부산은 누가 지킬킵니꺼. 고마 부산 잘 지키주이소."
'서울로 올라오지 그러느냐'는 권유에도 말 없이 하늘만 응시하던 그 눈빛의 의미를 이제야 알고 한 마디 합니다. '속도 모르고 미안합니다.'
몇 년 동안 하루도 끊임없이 갈비 굽는 냄새만 맡으면서,
정작 갈비는 한조각도 맛보지 못하는 그런 기분 아세요?
일반미로 밥을 지으면 반찬 없어도 김치만으로 밥이 술술 넘어가는데,
쿵쿵거리는 냄새나는 정부미로 밥을 지어놓고
한술 뜰 때마다 구역질 캑캑대는 그런 기분 아세요?
바로 집 앞에 쌀집 놓아두고,
깔린 외상 때문에 골목골목을 돌아서 오갈 때의 그 기분,
행여나 눈에 띄면 어떡하나 가슴 졸이며 곁눈질 해가며 나다닐 때의 그 기분 아세요?
5월 어느 날, 봄비 줄줄 내리던 날.
콜록대는 가슴을 부여안고 남부 시립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오른쪽 폐 상단부에 구멍이 세 군데나 뻥뻥 뚫린 것을 알았을 때,
난생 처음 결핵이라는 진단을 받고,
비 내리는 봄날에 우산도 없이 터벅터벅 멍하니 병원 문을 나서던 그 기분을 아세요?
폐결핵 진단을 받고 자취방에 돌아와,
기도 좀 하고파서 인근 교회를 찾았는데,
사찰로 보이는 험상궂게 생긴 집사님이,
그 누구냐고, 나가라고 호통을 칠 때
쫓겨나며 느꼈던 비애, 그 쓰라린 기분을 아세요?
한여름, 내리쬐는 뙤약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선풍기 한대 없는 자취방에서
온몸에 팥죽 같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공부랍시고 밥상 펴놓고 앉아서 약용식물 외워댈 때의 그 기분 아세요?
졸업반 때, 하숙을 하던 어느 여름이었습니다.
온몸에 열이 나고 아파 몇날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제 옆방인 부엌에서 하숙집 아줌마가 딸기 쨈을 끓이고 있었답니다.
아마 내가 너무 아프니까 딸기 쨈을 끓여주려나 보다는 허황된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지요.
환상을 보았나 봅니다.
하지만 꿈도 야무졌다는 것을 금방 알았습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내 방 문은 열리지도 않았고,
딸기 쨈을 다 끓인 아줌마는 부엌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릴 때의 그 기분 아세요?
자기 남편 줄 딸기 쨈이었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래서 다음날, 뒤도 안돌아보고 짐 싸서 부산으로 내려왔지요.
국가고시 수석을 하고,
학장님이 부르셔서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으로 줄 테니 교수로 남으라고 했을 때,
저는 빨리 나가 개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 한마디 남기고 문 닫고 나왔을 때의 그 기분을 아세요?
그때 내 눈에선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지만, 가슴은 피눈물이 쏟아졌답니다.
제 손 위 동서의 글입니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피를 쏟아낸듯한 글에 저도 울컥 하는 심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랬었구나.' '참 많이 힘들었구나.'
지금은 그 상처들이 훈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아픈 과거가 있는 법. 좀 더 그런 아픔들을 헤아렸다면 더 많이 위로해 줄 수 있었을 것을 하고 아쉬워합니다.
글은 계속 됩니다.
지나간 이야기들입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 하나하나가 제 가슴에 박은 못은 아직도 여전히 아프네요.
이거 얘기가 너무 청승맞아지네요.
그래서 그런지 졸업하자마자 서울을 쏜살처럼 빠져나왔지요.
이곳 부산에서, 가끔 서울하늘을 쳐다볼 때마다 지나간 옛 그림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지금 서울엔 내 아들 둘이 있습니다.
그놈들은 그저 서울이 좋은가 봅니다.
여간해선 안내려오려 합니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들 녀석들도 나처럼 서울이 무섭고 싫다면 큰 일일 테니까요.
남자는 커면 서울로 보내야한다는데, 서울서 뿌리박아야 한다는데..
지금도 한 번씩 생각합니다.
그때 서울에 뿌리박았어야 되는 건데,
날 꿉꿉한 날 어디서 말뚝 하나 가져다가 서울 장안에 꾹꾹 박아 넣었어야 되는 건데,
가슴에 아픔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부리나케 도망질을 쳤었나 봅니다, 그려..
"형님, 부산이 얼매나 좋은데 그랍니까? 서울 사람들 억수로 부러워 합니데이. 서너걸음만 떼면 싱싱한 횟감에... 광안리 대교의 야경에다... 참말로 쥑이준다 아입니꺼. 서울 사람들 꼬빡 죽는기 다 이유가 있는기라예. 형님이 부산 떠나믄 부산은 누가 지킬킵니꺼. 고마 부산 잘 지키주이소."
'서울로 올라오지 그러느냐'는 권유에도 말 없이 하늘만 응시하던 그 눈빛의 의미를 이제야 알고 한 마디 합니다. '속도 모르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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